공정 이후의 세계
🔖 언젠가 주디스 버틀러는 발표를 하던 도중 지나가듯 말했다. “우리의 내면을 향하는 분노”와 “바깥세상을 향하는 폭력”의 에너지를 자기돌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그가 가끔씩 툭 던지는 여러 멋진 말들 중의 하나였겠지만, 나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의 문제를 놓고 몇달을 씨름했다. 그렇게 고심한 끝에 나는 구조적 부정의에 대항하는 비폭력적 실천의 하나로 급진적 자기돌봄의 원리들을 써내려갔다. 신자유주의적 자기 보전이 아닌, 휘발성 쾌락의 범주를 넘어서는, 그리고 모두의 생명을 구하는 자기돌봄은 결국 연대와 공동체를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하다. 나 자신과의 연대, 소수자와의 연대, 상처 입은 자들과의 연대, 곁에 있는 나의 공동체와의 연대를 통해 급진적 자기 돌봄을 서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나 자신과 나의 공동체를 함께 돌보는 윤리가 필요하다.
🔖 “시대와 불화하는 삶”이라는 좌우명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래는 지금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대의 한계를 느낄 때,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 순응할 수 없을 때, 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때, 그 때 우리는 더 나은 세계를 그리며 미래를 이미 실천하는 정치를 꿈꾼다. 소수자들과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 비전에 대한 공통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협력, 목표를 위해 삶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실천을 모색한다.
더 나은 세계를 원한다면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고 믿어야 하고, 또한 그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혹시 여전히 손을 잡기가 망설여진다면, 나는 당신에게 미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뜬구름과 같은 그 무엇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더이상 구원자를 기다리며 미래를 영원히 지연시킬 수 없다. 그래서 당신이 필요하다.